내 이야기들

12. 무너지는 순간

꾸사장 2025. 6. 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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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도 5월이었다.
갑작스럽게 들려온 소식 하나가 모든 걸 바꿔놓았다.
중국에서 들여오던 물건이 항구에 묶였다.
코로나로 중국 주요 항만이 멈춰섰던 것이다.
 
 
처음엔 하루이틀이면 풀릴 줄 알았는데,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됐다. 배송은 기약이 없었고,
거래처에서는 왜 물건이 안 오냐며 재촉하기 시작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환불을 진행했고,
이미 지출한 사입비와 수수료는 고스란히 내 손실로 남았다.
 
 
갑작스레 매출이 끊기고,
돈은 계속 나가기만 했다.
 
 
매일 손익계산서를 붙잡고 앉아 있었고,
급하게 쌓아놓았던 자금은 한 달도 안 돼 바닥을 드러냈다.
 
 
그때부터는 공포였다.
밤에 눈을 감으면 머릿속에서 숫자가 돌아갔다.
"이게 얼마 손해였지?",
"다음 달 카드값은 어떻게 내지?",
"이거 다 내가 감당할 수 있나?"
 
 
잠을 자도 자는 게 아니었다.
두 시간 자고 깨고, 자다가도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컴퓨터를 켜고 다시 계산기를 두드렸다.
 
 
악몽도 많이 꿨다.
무너지는 집, 계약서에 서명하는 꿈,
누군가 날 밀어내는 장면들이 반복됐다.
 
 
한 달 가까이 그렇게 살았다.
누가 봐도 무너진 시기였다.
그래도 믿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처음으로 솔직하게 말했다.
 
 

"나 진짜 힘들다. 이거 나 혼자선 못 버티겠어."

 
 
 
근데 돌아온 대답은 싸늘했다.
 
 

“그건 네가 사입처를 이상한 데서 잡은 거잖아.”
“계획도 없이 사업하니까 그렇지. 늘 감으로만 하니까 망하는 거야.”

 
 
잠깐 정적이 흘렀다.
나는 친구가 위로해주길 기대했던 건 아니었다.
최소한 "그래도 괜찮다",
"다시 하면 되지" 정도는 듣고 싶었다.
 
 
하지만 친구는 내 말을 들을 생각도,
공감해줄 의지도 없어 보였다.
그 순간, 진심으로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힘든 상황이 아니라,
진짜 고립된 상황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처음으로 확신했다.
'아, 이건 아니다.'
 
 
그 사람은 내 고통에 관심이 없었다.
나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한 줄기의 책임감과,
스스로를 겨우 지탱하는 자존심뿐이었다.
 
 
나는 그날 이후 다시는 친구에게 내 상태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괜히 또 비난만 들을까봐,
내 마음이 더 무너질까봐.
 
 
그게 내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였다.
그리고, 다시 일어설 준비는 혼자서 해야 한다는 걸 배운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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