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계약서를 다시 열어봤다.
한때는 그냥 대충 만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문장도 어색하고,
조항도 몇 개 안 되는 얇은 문서였다.
근데 다시 보니
그 안엔 내가 놓쳤던 게 있었다.
허술해 보여도
나를 정확히 조이고 있는 구조.
매출이 발생하면
얼마를 넘긴다.
만약에 이를 어길시 사업체 가치의 10배를 뱉어내야한다.
사유 불문.
운영 주체에 대한 구분도 없고,
수고에 대한 배분 기준도 없었다.
그냥 ‘매출 = 자동 이체’가 되게 만든 장치.
지금 보면
참 단순한 방식이지만,
그만큼 교묘했다.
친구는 그 계약서 하나로
나를 4년 가까이 묶어왔다.
나는 매달 아무 말 없이 돈을 넘겨줬고,
그 사람은 별다른 역할 없이
매출표만 받으면서
당연하다는 듯 굴었다.
정면으로 “그만하자”고 말해도
쉽게 수긍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나는 잘 안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택했다.
나는 최근
매출 흐름과 고정지출을 다시 정리했고,
앞으로 10개월 안에 자금이 완전히 바닥나는 흐름을
계획처럼 짜놓았다.
현실적으론
그 시점에선 더 이상 정산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어차피 이 구조는 지속이 불가능하다.’
이제 필요한 건
그 흐름을 친구가 스스로 체감하게 만드는 것.
나는 지금
감정이 아니라
구조와 숫자로
이 관계를 끝낼 준비를 하고 있다.
📌 첫 글부터 읽기
1. 친구라는 이름으로 가스라이팅을 당했고 그 수렁을 빠져나온 이야기(서문)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넌 참 착한 사람 같아.”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어딘가 기분이 이상했다.왜냐하면, 나는 그 말이 칭찬처럼 들리기보단,“그래서 더 참고, 더 버티고, 더 이해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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