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들

35. 나는 힘든 척했고, 친구는 아직 믿고 있었다

꾸사장 2025. 7. 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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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일부러 매출을 내지 않고 있다.

 

 

고객 문의는 넘겼고,
상품 등록도 잠시 멈췄고,
일부 품절 상품도 그냥 놔뒀다.

흐름을 무너뜨리는 건
의외로 간단했다.

 

 

운영을 안 한 게 아니라,
멈춘 척 한 거다.
아무도 모르게,
단지 결과만 떨어지게끔 조정한 것뿐이다.

며칠 뒤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요즘 정산 왜 이렇게 줄었냐?”
“광고라도 잠깐 끈 거야?”
“아니면 뭔 일 있어?”

그 물음에 나는
잠깐 머뭇이다가
슬며시 한마디를 흘렸다.

 

 

“요즘 좀 많이 힘들어.
지출도 많고,
이 흐름이면 솔직히 오래 못 버틸 것 같아.”

 

 

그 말에 친구는
잠깐 조용해졌다가 이렇게 말했다.

“뭐, 좀 쉬면 괜찮아지겠지.
너 원래 금방 회복하잖아.”

 

 

그 말투엔
아직도 날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확신이 묻어 있었다.

‘얘는 결국 다시 일어날 거고,
자기 몫은 알아서 챙길 거다.’

나는 그 반응을
아무 말 없이 받아냈다.

 


겉으론
기운 빠진 척,
지친 척 했지만
속으론
정확히 내가 유도한 그림이 맞아떨어졌다는 걸 확인했다.

 

 

지금 나는
조용히 침몰하는 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확한 계산 아래
이 관계의 끝을 유도하고 있다.

 

 

친구는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나는 여전히
‘길들여진 황금알 낳는 거위’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좋다.
그 환상은 조금 더 유지해도 괜찮다.
스스로 손 놓게 만들 때까지는.

 

 


📌 첫 글부터 읽기

👉 이 이야기는 시리즈 연재입니다. [1편 보기]

 

1. 친구라는 이름으로 가스라이팅을 당했고 그 수렁을 빠져나온 이야기(서문)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넌 참 착한 사람 같아.”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어딘가 기분이 이상했다.왜냐하면, 나는 그 말이 칭찬처럼 들리기보단,“그래서 더 참고, 더 버티고, 더 이해해줘야

timidsteady.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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