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친구가 “잠깐 얼굴 보자”는 말을 자주 꺼낸다.
별말 없이
“밥이나 먹자”
“차나 한 잔 하자”
그런 톤이지만
나는 그 의도를 안다.
실제로 만나면
한두 시간 안에 끝날 일이 아니다.
예전처럼
엉뚱한 이야기를 몇 시간이고 늘어놓고,
중간중간
내 운영 방식에 대한 지적과
‘자기만의 노하우’를 들이밀 게 뻔하다.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약속을 피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나가는 척만 하고,
실제로는 피하는 방법을 쓴다.
그러다 며칠 전,
갑자기 친구가
내 집 앞까지 찾아왔다.
“밥은 먹었냐?”
“요즘 좀 보자 했더니 피하더라?”
그렇게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앉더니
뜬금없이 이런 말을 꺼냈다.
“내가 너 자금 계획 좀 짜줄까?
예전처럼 컨설팅 형식으로.
너 지금 이대로 가면 위험해.
그거 내가 잘 알잖아.”
한참 듣다가
나는 그냥 솔직하게 말했다.
“요즘 좀 버겁다.
내가 생각해도 이대로 가면
정말 오래 못 버틸 거 같아.”
그 말을 듣고
잠깐 조용해질 줄 알았다.
근데 친구는
오히려 화를 냈다.
“야, 나도 한 달에 나가는 돈
너보다 몇배는 많아.
나는 그걸 감당하면서도
버티고 있다고.
근데 넌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그래?”
그 말투,
그 억지 논리.
익숙하면서도
이젠 너무 피곤했다.
그리고 마지막엔
이런 말을 덧붙였다.
“나 곧 서울로 이사 간다.
이 근처에 있는 것도 이제 얼마 안 남았어.”
말은 자연스럽게 흘러갔지만
돌아온 뒤에
그 말들을 하나씩 곱씹었다.
‘내가 힘들다’고 말했을 때
그 사람은 한 번도 그걸 들어주지 않았다.
‘나도 더 힘들다’며
늘 나의 감정을 덮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감정조차 계산의 도구로 삼고 있었다.
그걸 깨달았을 때
딱 하나의 문장이 떠올랐다.
“아, 이 사람은
결국 돈에 눈이 멀어버린 거구나.”
📌 첫 글부터 읽기
👉 이 이야기는 시리즈 연재입니다. [1편 보기]
1. 친구라는 이름으로 가스라이팅을 당했고 그 수렁을 빠져나온 이야기(서문)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넌 참 착한 사람 같아.”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어딘가 기분이 이상했다.왜냐하면, 나는 그 말이 칭찬처럼 들리기보단,“그래서 더 참고, 더 버티고, 더 이해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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