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들

8. 내 감정은 언제부터 중요하지 않았을까

꾸사장 2025. 6. 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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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는 감정은 그날 이후로 조금씩 나에게 심어지고 있었다.

그때 당시엔 그냥 내가 예민한 건가 하면서 가볍게 넘겼다.

 

 

돌이켜서 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어떤 아이디어를 내면 그 친구는 꼭 이렇게 말했다.

 

 

“그건 이미 내가 생각했던 거야.”
“그건 누가 못 하냐?”

 

 

내 생각은 늘 한 발 늦었고,

내 노력은 당연한 거였다.

 

 

아이디어가 나와도 인정받지 못했고,

무언가를 잘 해도 칭찬은 없었다.

그저 “그래, 이제 시작이야. 할 거 많아.” 같은 말만 돌아왔다.

 

 

내 감정은 더더욱 투명하게 취급됐다.
한 번은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준비가 부족하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더니,

 

 

“넌 맨날 그 핑계더라.
그렇게 하니까 안 되는 거야.”

 

 

걱정보다는 비난, 조언보다는 무시.

나는 점점 입을 다물었다.

말을 해도 돌아오는 반응이 상처니까,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즈음부터,

나조차도 내 감정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말해도 안 통하니까.’
‘내가 더 단단해져야지.’
‘쟤가 맞는 거겠지.’

 

 

이건 단순한 관계 문제가 아니라,

나를 지워가는 과정이었다.

 

 

근데 그 와중에도 하나 더 이상했던 게 있었다.
누구보다 디테일을 따지던 친구가,

정작 내 사업에 대해서는 이상할 정도로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다.

 


“요즘 뭐 팔고 있어?”
“이번 달엔 얼마야?”

 

질문은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엔 관심이 없어 보였다.

 

 

나는 제품도 정리하고,

상세페이지도 만들고,

플랫폼별 전략도 세우며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았는데,

그 친구는 그냥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그래, 그러다 보면 금방 월에 천만원 벌겠네.”
“금방 은퇴하겠는데? 이게 다 내 덕이지?”

 

 

매주 같이 걸어 다니면서 수많은 대화를 했었다.
그땐 진심이라고 믿었고,

따뜻한 응원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전부 ‘희망고문’이었다.

 


현실과는 거리 먼 말들.

내 상황은 보지 않고,

자기만족 섞인 공허한 조언들.

 


그리고 그런 말들이 쌓이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속이기 시작했다.

‘내가 좀만 더 잘하면 인정받을 수 있을 거야.’
‘이 관계는 나를 위한 거니까, 지금은 참자.’

 

 

하지만 아니었다.
그 관계는 내 감정을 무시하고,

내 존재를 투명하게 만든 채,

나를 착취하고 있었다.

 

 

이상하다고 느꼈던 순간들이 조금씩 선명해졌다.
그건 착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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