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나는 친구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있었다.
‘이 사람이 말하는 대로 하면 되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박혀 있었기 때문에,
그 어떤 말도 의심 없이 따랐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이상한 점들이 있었다.
친구는 디테일한 걸 중요하게 여기는 성향이었고,
모든 걸 통제하려 했다.
그런데 정작 내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선
의외로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
“이거 그냥 이렇게 하면 돼”,
“그건 내가 다 해봤어” 같은 식으로 말은 하지만,
막상 내가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려 하면 흘려듣는 경우가 많았다.
초반엔 몰랐지만,
그 친구는 실제로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어떤 흐름으로 일이 돌아가고 있는지를 잘 몰랐다.
그러면서도 결과만 보고 좋아했다.
수익이 생기면 “오, 됐네!”,
“야 이러다 진짜 월 천 가겠는데?” 같은 식의 반응.
내가 그 수익을 내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사실 그 당시 사업은 대부분
나 혼자 결정하고 실행한 게 대부분이었다.
친구는 방향만 대충 던져줄 뿐,
“이거 해보자”라고 말해도
실행, 기획, 상세 내용은 전부 내 몫이었다.
게다가 그 방향이라는 것도 너무 모호했다.
“그냥 이렇게 올려봐” 혹은
“트렌드는 그거니까 따라가면 돼” 수준이었다.
방향 제시는 있었지만,
구체적 실행은 항상 나 혼자 감당해야 했다.
그런데 결과가 조금이라도 좋게 나오면
그 공은 친구가 가져갔다.
“이게 다 내 덕이지”,
“내가 시킨 대로 하니까 되는 거지”
같은 말들을 당연하다는 듯이 했다. 처음엔 그 말이 고마웠다.
정말 나를 도와주고 있다고 믿었으니까.
근데 점점 이상해졌다.
나는 점점 더 지치고 있었는데, 친구는 점점 더 가벼워졌다.
그 시기부터였다.
작은 이상함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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