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는 늘 강압적이었다. 강하게 말하고, 다그치고, 통제했다. 하지만 나는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친구니까. '이 정도는 괜찮지'라는 자기 합리화 아래에 숨었다. 친구와의 관계는 일반적인 우정의 틀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몰랐던 건 아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친구가 아니었다. 권력 구조였다. 그리고 나는 그 관계에서 아래였다. 하지만 그땐 몰랐다. 아니, 알아도 애써 외면했다. 언뜻 보기엔 서로 도움 주고받는 사이 같았지만, 들여다보면 그건 일방적인 '지시'와 '복종'의 구조였다.그 친구는 늘 당당했다. 늦지 말라고 했고, 입금 날짜를 정해줬고, 어기면 눈치를 줬다. 나는 늘 지켰다. 늦지 않았고, 미루지 않았고, 꼬박꼬박 입금했다. 그 친구가 말한 기준이 곧 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