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들

40. 말이 아닌 문서로 정리할 차례다

꾸사장 2025. 7. 17. 07:30
728x90
반응형

변호사 두 명에게 들은 말은
충분히 명확했다.
“이건 노예계약이에요.”
“이런 구조는 친구 간에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그 말을 들은 뒤
나는 더 이상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오늘부터
정리합의서 작성을 시작했다.
 
 
단순히 “그만하자”는 말을
꺼낼 수 없는 관계였다.
 
 
그 사람은
내가 감정적으로 정리하자고 해도
절대 인정하지 않을 거고,
무조건 ‘계속 해보자’며
수치를 바꾸려 들 테니까.
 
 
그래서
‘구조적으로 이 관계가 지속될 수 없다’는 흐름을
문서로 만들어 보여줘야 했다.

노트북을 열고,
하나씩 정리했다.
 
 
현재까지의 총 수익 흐름
친구가 받아간 금액
고정지출과 순이익 구조
매출 하락 패턴과 재고 소진 속도
앞으로 6~11개월 내에 자금이 바닥날 수밖에 없는 근거
 
 
그 사람이 객관적으로 봐도
이 관계를 계속 유지하면
‘자기 손해’라는 판단이 들도록

모든 문장을 설계했다.
문구는 간단하게 시작했다.
 
 

"본 계약 구조는 202X년부터 시작되었고,
운영과 관리 전반은 전적으로 A가 수행하였으며,
B는 결과에 대한 정산만을 수령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이렇게 썼다.
 
 

"하지만 현재 수익 구조 및 자금 흐름상,
본 계약은 지속이 불가능하며,
A는 사업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줄에는
한참을 멈춰있었다.
‘이걸로 끝이다’
라는 문장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조금 고민이 됐다.
결국 이렇게 적었다.
 
 

"이에 따라 양 당사자는 본 계약을 상호 합의 하에
202X년 XX월 XX일부로 종료하기로 한다."

 
 
스크롤을 천천히 올려보며
작성한 내용을 다시 훑었다.
 
 
어떤 말도
이 문서만큼 명확할 수는 없다.
이 관계는,
이제 문서로 끝낸다.

 
 
 


📌 첫 글부터 읽기

👉 이 이야기는 시리즈 연재입니다. [1편 보기]

1. 친구라는 이름으로 가스라이팅을 당했고 그 수렁을 빠져나온 이야기(서문)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넌 참 착한 사람 같아.”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어딘가 기분이 이상했다.왜냐하면, 나는 그 말이 칭찬처럼 들리기보단,“그래서 더 참고, 더 버티고, 더 이해해줘야

timidsteady.tistory.com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