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와의 관계가 계속될수록, 나는 점점 나를 잃어갔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조차 점점 희미해졌다. 친구는 늘 기준을 들이밀었다. 그 기준은 구체적이진 않았지만, 엄격했다.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이야. 너는 더 잘해야지." 그 말에 처음엔 속이 상했다. 하지만 그 감정마저 오래 가지 않았다. "그래, 내가 부족하니까 그런 말 듣는 거지." 그렇게 납득해버렸다. 나는 평가받기 위해 살고 있었고, 그 평가의 기준은 내가 만든 게 아니었다.하루하루가 시험 같았다. 뭘 해도 부족했고, 뭐든 더 해야 했다. 작은 성과에도 기뻐하지 못했다. 기뻐해도 되는 순간에 항상 그 친구는 어김없이 나를 눌렀고,나는 그 기쁨이 잘못인줄 알고 억눌렀다. 내가 아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