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나도 몰랐다. 아니, 애써 모른 척했다. 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나는 점점 말이 없어졌고, 감정 표현도 줄었다. 말하면 부정당하고, 표현하면 깎이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침묵하게 됐다. 친구는 감정을 논리로 덮었다. 내가 기뻐하거나 슬퍼할 때마다, 감정보다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수준', '부족한 이유'를 먼저 얘기했다. 감정은 늘 후순위였다. 기쁘다고 말하면, "그거 가지고 좋아해?"라고 되돌아왔고, 힘들다고 하면, "그건 핑계지. 더 할 수 있어."라고 단정지었다. 결국 나는 말하지 않게 됐다. 말해봤자 의미 없다는 걸 학습해버렸다. 나 스스로도 내가 느끼는 감정이 틀린 건 아닐까, 이상한 건 아닐까 의심하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그게 쌓이니까 감정이 무뎌진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