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그리고 느리게.
하지만 분명히 내 사업은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매출은 아주 소소했지만 꾸준했고,
그동안 배운 것, 직접 겪은 것,
그리고 수없이 실패하며 남은 감각들.
그 모든 걸 바탕으로,
다시 나만의 방식으로 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예전처럼 다그치거나 명령하지는 않았지만,
어딘가 어색했다.
그리고 말투 속엔 여전히 익숙한 우월감이 배어 있었다.
“그거 다 내가 방향 잡아준 거잖아.”
“내가 아니었으면 너 아직도 헤매고 있었을걸?”
분명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제로 그 친구는
내가 뭘 하고 있는지도 제대로 몰랐다.
내가 어떤 루트로 상품을 확보했고,
어떤 방식으로 매출을 냈고,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전혀 관심 없었다.
그저 매달 일정한 금액이 입금되는 것만 확인하면 끝이었다.
나는 혼자서 움직였고,
그 친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수익의 일부는 그 친구에게로 갔다.
물론 계약서에 사인한 건 나였다.
하지만 문득 문득 그 구조가 너무 불공평하게 느껴졌다.
나는 밤낮없이 일을 했고,
고객CS, 상품 출고 등 모든 업무를 혼자서 했다.
아플 때도, 불안할 때도,
누군가 옆에서 조언해주거나 도와준 사람은 없었다.
그 친구는 그저,
“잘 되고 있어?”
“입금은 언제쯤 되냐?”
정도만 묻고 끝이었다.
그 대화가 반복될수록,
내 안에서 뭔가가 쌓여갔다.
이전엔 당연하게 넘겼던 말투,
고마워하지 않는 태도,
당연하게 수익을 받아가는 그 구조 전부가
점점 더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감정은 처음엔 미세했지만,
날마다 조금씩 선을 넘었다.
그리고 나는 그때 처음,
‘이 관계가 계속 이어지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을 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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